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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단편선 및 공포단편선

요즘 읽은 한국 단편선. 젊은 감각의 작가들이 모여 낸 장르문학 단편선이다. 권위 있는 문예소설집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기존의 문학계에 접근하기 힘든 신인 혹은 장르 작가들을 위한 새로운 블루 오션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장르 문학은 급격한 성장과 함께 함량미달의 양산형 소설이 쏟아짐에 따라, 작가는 물론이고 장르 문학 전체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차분히 그 기반을 다져나가며 작가들이 입지를 찾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특이 장르라는 신선함으로만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함량을 갖춘 소설들이다.

나의 식인 룸메이트 :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이글루스 렛츠 리뷰에 뜬 이후로 한번쯤 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마침 도서관 서가에서 책이 꽂혀 있기에 기꺼이 빌렸었더랬다. 다만 다른 시리즈는 높은 대출율로 인해 표지도 구경 못 해봤음;ㅅ; 공포라고 틀을 붙이고는 있지만 몇몇은 전형적인 공포소설이었지만 다른 몇몇은 밑에 있는 SF 단편집에 실어도 될 정도로 내면의 공황에 집중한 소설도 있었다. 공포는 역시 개인의 죄책감이 덧붙여 질 때 더 극적이라는 걸 새삼 발견할 수 있었던 책.


U, Robot 유, 로봇 이영수(듀나) 외 지음 / 황금가지

SF단편 모음집. 보다가 빵빵 터지는 설정이 몇 개 있었다. 밑의 단편집의 당당히 제목을 차지하고 있는 앱솔루트 바디의 작가가 쓴 얘기로, 순간이동하는 정자에 대한 얘기는 완전 뿜겼다. 제일 인상깊었던것 제 5의 감각으로 청각이 없는 세계에서 청각을 가진 자들에 대한 얘기를, 마치 우리가 초능력에 대해 다루는 듯이 조심스럽고 신비하게 묘사해 낸 단편이었다.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 또 감탄하면서 봤음.


앱솔루트 바디 박민규.배명훈 외 지음 / 해토

이쪽이 좀 더 먼저 나온 SF단편집 모음인 것 같다. 실은 읽고 나서 좀 있다 쓰는 감상이라 밑의 얼너너티브 드림이랑 좀 감상평이 섞였다. 비슷한 두개의 책을 동시에 읽어제꼈으니. 그러니까 그냥 두 책을 뭉쳐서 감상평. 누구나 아는 이영도 씨의 단편도 이 책 두 개 중에 하나에 실려있다. 전 우주적인 사투리에 대한 얘기로, 통일된 한국을 배경으로 외계인의 동화를 번역하는 60세 노파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조개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태어나서 단 한마디만을 그 껍질 안쪽에 새긴다는 조개가 하는 말을 읽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실제 단편이 서술되는 방식은 줄거리와는 100만광년 정도 차이가 있을 듯. 엉뚱한 소재를 엉뚱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이야 말로 SF적인 기발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책으로는 U.로봇까지 포함해서 세 권이지만 그 속에 있는 이야기는 훨씬 많고 전부 추천하고픈 이야기라서 꼭 한 번 읽어보시라, 하고 싶다.

얼터너티브 드림 복거일 외 지음 / 황금가지




기왕 리뷰한 김에 겸사겸사 몇 권 더.

붉은 벽돌 무당집 1
양국일.양국명 지음 / 청어

1, 2권 발행. 처음 소설을 접했을 때는 좀 함량 미달이 아닌가 싶었는데, 끝까지 읽고 나니 괜찮은 골조의 소설이었다 싶다. 하지만 앞으로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소설 안에 다른 소설을 넣는 액자형 구성도 좋지만 그러려면 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너무 짧게 서술하고는 워프하듯 팍팍 넘어가버려서 처음엔 혼란을 빚기도 했었다. 1,2권의 장편소설이 아니라 단편집의 구성으로 정체모를 괴물에게 쫓기는 스릴을 묘사하는 것도 꽤 괜찮았다.

전설 없는 땅 1
후나도 요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시작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최초의 1위, 제4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제7회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 등 3관왕 등의 타이틀을 보고 빌렸으나, 타이틀에 걸맞을 만큼의 걸작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대한 것이 르포르타주여서 그런걸까. 치열한 현실을 고발하고,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건 사람이다는 것을 등골이 오싹하게 깨달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을 기대했었는데 이 소설은 배경을 현실적 배경에서 차용해왔다 뿐이지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의 골조와도 비슷하다. 전체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라 하긴 어렵지만, 결말을 잘 냈다 싶다. 미스터리는 마지막에 독자에게 선물을 하나 숨겨둬야 하는 법이니까.

원소설이 2% 부족한건지, 번역이 2% 부족한건지, 이도저도 아니면 내가 너무 나이 들어 버린건지 모르겠다. 원래 처음에는 싸구려 생크림 딸기 케익으로도 기쁜 법이지만, 아무 때나 딸기케익을 사먹을 수 있게 된 지금은 싸구려로는 입맛에 안 차는걸.


끝 :)

by 니코 | 2009/10/27 14:06 | book_책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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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써냐 at 2009/10/27 17:40
...나도 책 좀 읽고싶그여...
Commented by 니코 at 2009/10/28 10:44
ㅋㅋㅋ 도서관 가까워서 좋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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